개새끼 촌스러운 게 무슨 상종 못 할 불가촉천민을 상대하는 것처럼 내가 싫어하는 새끼 나 싫어하는 건 당연하지 내가 훨씬 더 싫어할 걸? 나는 그 새끼 경멸해 조직에 있을 때나 있어 보이지,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 회사에서 인원 감축하려고 희망퇴직자를 받았는데 있어 줬으면 하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갔어 여기저기 오라는 데 많으니까 나가 줬으면 하는 사람은 안 나가 갈 데가 없으니까 그렇게 남은 인간이 그 인간이야
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'나 뭐예요?' '나 여기 왜 있어요?' 9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5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한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 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 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? 난 왜 늘 슬플까? 왜 늘 가슴이 뛸까? 왜 다 재미없을까?
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 수도 '인생은 이런 거야'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 안 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
한동안 괜찮은 거 같더니 주기적으로 이래요 일주일에 3일은 너무너무 힘들고 한 3일은 또 그냥저냥 견딜 만하고 하루는... 몰라요, 어떻게 가는지 힘들 땐 사람들 줄 서 있는 것만 봐도 너무너무 화가 나요 그냥 빡쳐요 그래서 제가 버스를 못 타요 경기도 가는 버스는 줄이 삐뚤빼뚤 구슬 엮은 것처럼 저 끝까지 가요 그거 그냥 보기만 해도 갑자기 혈압이 확 올라요 아 인간이 너무 많아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내 순서가 너무 멀어 나, 내 뜻대로 착착이 안 돼요 다 기다려야 돼 밥도 집도 남자도
근데요 애타는 게 좋은 거예요? 왜 좋아요, 애가 타는데? 익는 것도 아니고 타는데? 마음이 막, 그거 안 좋은 거잖아요 불편한 거잖아요 응? 남녀가 사귀는데 뭔가 가득 이렇게 충만하게 채워져야지 줄 듯 말 듯 찔끔찔끔 그게 뭐야? 밥도 그렇게 주면 살인 나요 근데 왜 애정을 그렇게 얄밉게 줘야 돼요? 아니, 간질간질한 게 뭐가 좋아? 시원하게 박박 긁어 줘야 좋지 애타고 간질간질하고 그거 다 불쾌 아닌가요? 유쾌가 아니라...
전 머리만 밀면 해방될 것 같아요 제가 머리를 민다는 건 그냥 동물이기로 하는 거예요 이름 없는 동물 그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요 여태 죽기 기를 쓰고 산다고 살았어도 얻어진 것도 없고 왜 그렇게 살았나 몰라요 그냥 머리 밀면 잘나 보이고 싶은 욕망, 남자에 대한 욕망, 다 한방에 놔질 것 같아요